부락산(負樂山)은 해발 149m에 이르는 야트막한 산이지만, 송탄 주민들의 자랑이고 자부심이다. 조선 시대에는 진위현과 평택현의 경계 역할을 했다고 전해온다.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에는 '불악산'이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해발고도가 더 높은 덕암산(164m)에 대해서는 옛 문헌에 기록이 없는 것으로 미루어 예로부터 부락산이 이정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평택지역은 큰 산이 없고 구릉이 발달하여 부락산, 덕암산, 태봉산(158m), 팔룡산(138m), 무봉산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삼봉 정도전 유적, 원균 장군 유적, 경주 이씨 유적, 진위향교도 이 산기슭에 있다. 태봉산은 진위면 마산리에 있는데,지금은 고압전선이 흐르고 철책에 둘러싸여 찾기가 어렵다. 태봉산을 따라 내려가면 동막저수지와 정도전 길에 닿는다. 부락산을 올라갈 수 있는 입구는 많지만, 내려오는 길에는 요지를 제외한 작은 갈림길부터 이정표가 없다. 그나마 부락산은 어디로 내려오던 송탄지역이라 택시나 버스를 탈 수 있으나, 덕암산에서 내려오는 길은 대중교통 편도 여의치 않아 잘못 들어서면 그야말로 온종일 헤매게 된다. 물론 부락산이나 흰치휴게소, 생태 터널 인근에 종합안내도가 있다. 하지만 메인 산책 코스 중심이어서 도일동이나 은산리, 정도전길에서는 아예 길마저 찾을 수 없다
물론 길을 가다 보면 가끔 전봇대나 담벼락에 동네 주민들이 적어둔 듯한 붉은 글씨나 화살표가 있지만, 초행자가 낙엽송군락지를 정확히 찾아가기는 어렵다. 송탄에 있는 부락산 정상에서 흰치휴게소까지는 제법 많은 사람이 다닌다. 부락산을 지나 덕암산에 이르는 구간에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 안내표지판까지 설치되 어 있다. 지역 내 많은 직업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늘 이 구동성으로 부락산과 해오름길에 대한 편리한 접근성, 넓은 주차공간, 등산로 확장 등을 거론하며 보이는 곳에 치장한다. 하지만 정작 넓지만 야트막한 이 산에서 언제 든 일어날 수 있는 안전 문제는 도외시한다 .
평택시가 22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모험 놀이 시 설은 사용한 지 오래되어 위드 코로나 시대에는 정비 에만 상당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부 락산은 시 예산으로 안전망을 확보해두고 있다. 하지 만 생태공원을 지나 덕암산에 이를수록 통행하는 사 람들은 급격히 줄어들고, 부엉바위를 지날 무렵이면 행인을 찾기조차 어렵다. 산불대피소에서 태봉산을 거쳐 정도전기념관으로 향하는 길도 마찬가지다. 이 곳을 즐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너무나 많 은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어서 시민들이 찾지 않는 것일까.
같은 삼남 길인데도 진위면 은산리에서는 모든 등산 로와 함께 표지판까지 사라져버린다. 특히 덕암산 자 락은 도일동이나 은산리 민가로 연결되는 사잇길이 많아서 곳곳에 위험이 산재해 있다. 덕암산 트레킹의 묘미는 평지 길과 오르막길로 나뉘었다가 다시 합쳐지 는 데 있다. 자신의 체력에 맞추어 스스로 난이도를 조 절할 수 있다. 또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부락산과 달리 해오름길은 충의 길과 인의 길이 만나면서 순환코스로 돌 수 있다. 하지만 두 갈래 길에서 산불초소나 덕암산 정상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없어 자칫 지나치기 쉽다 .
기자가 산행한 날에 다행히 원균장군묘를 찾아갔다 가 되돌아오는 30대 커플을 만났다. 그들에게 원균장 군묘를 찾았느냐고 물었더니 “1.5km 거리에 있다고해서 갔더니 잠시 뒤 1km라고 나와서 금방 도착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조금 더 가니 1.4km라는 표지판이 나와서 황당했다. 못 찾을 것 같아서 중간에 되돌아오 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현명하게 되돌아 왔지 만, 사실 그 이정표를 따라가면 낯선 동네가 나오고 길 은 끊긴다. 화성시에서 왔다는 20대 남성은 “애완견을 데리고 해오름길을 걸었는데 인적이 없어서 너무 좋 다.”고 했다. 그는 메인 산행로만 따라서 걷다가 되돌 아왔다고 했다. 사실 초행자들이 부엉바위를 지나 해 오름길을 완주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이에 대해 산림녹지팀 담당 주무관은 “발령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거기까지 현장점검을 하지 못했다.”라 면서 “즉시 현장에 가서 확인한 후에 검토해서 반영하 겠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하면서 현장 중심의 행 정이 더욱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공무원들의 인터 뷰 대응에 대한 소회 때문이다. 현장을 아는 공무원은 언제든 적시에 적합한 대답을 바로 한다. 기자의 질문 에 대해 준비된 공무원들은 즉시 의문을 해소해준다. 현장을 정확히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산림녹지팀이 덕암산을 관리하고 부락산은 공 원과에서 관리하는 이원화 업무체계로 인한 혼선일 수도 있다. 이런 현상은 통복천에서도 똑같이 일어난 다. 수실과 시설과 토지를 관리하는 부서가 제각각이 다. 그러나 이렇게 업무를 분담시킨 이유는 만일에 일 어날 수 있는 문제를 부서별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 도록 크로스 체킹을 하기 위한 목적이지 타 부서에 책 임을 전가하기 위함이 아니다. 평택시가 100만 인구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현장 중심의 자치행정이라는 시민들의 의견에 대해 다시 한번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11월 25일 발행 주간시민광장 창간호] <글 이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