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나 국가의 품격을 결정짓는 것은 사람의 숭고함에 대한 깊은 철학적 이해와 신념이다. 그런데 우리의 도시는 어떠한가? 온 도시는 여전히 개발뿐이고, 욕망과 미세먼지로가득하다. 이제 삼성전자의 입주 효과로 자신감이 붙은 듯, 드디어 2035 도시기본계획 변경을 추진한다.
“지금이라도 녹지 보전·확보를 하지 않고 개발만 한다면 우리 주거지역은 아파트만 있는 회색 도시가 될 수도 있다”라는 감언이지만, 그 핵심은 개발을 위한 인구의 확보이다. 조급한 물량주의가 미래의 자원까지 파먹는 것이다. 시민 중심, 소통, 환경, 품격의 구호는 빛바랜 간판처럼 퇴색되고, 어느덧 사람의 가치가 빠져버린 물질주의와 개발 만능이 앞자리를 차지한다.
졸속의 시정도 문제지만 개발하지 않으면 일하지 않는 것처럼 치부하는 우리 주민들의 천박성도 문제이다. 시정은 이미 불통이고, 정치인들은 몸을 사리고, 언론은 이권 단체화되고, 시민단체들마저 지원에 목을맨다. 현안이 있어도 누구 하나 제대로 발언하는 사람이 없고, 도시는 확장되는데 사람을 지향하는 철학적 가치와 신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척박한 땅에서 그런데도 시민운동을 하는 시민사회재단이 있다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남들이 알아주지 않고, 돈 한 푼 나오는 것 없고, 심지어 손가락질까지 받아가며 현안마다 외로운 소리를 내는 것이 더욱 이상하다. ‘무엇을 위해 그 힘든 길을 가는지’ 이분들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한 사람의 의인이 도시를 구한다”라는 경구를 믿고 진정 사람이 소중한 도시를 추구하는 시민사회재단을 마음으로 응원한다.
숫타니파타! 진리를 찾는 자는 언제나 외롭다 .
너희는 무소의 외뿔처럼 홀로 꿋꿋이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 물속에도 진흙이 묻지 않은 연꽃처럼
묶여있지 않은 사슴이 숲에서 먹이를 찾아
원하는 곳을 어디든 가듯이 진리를 찾아
너희는 무소의 외뿔처럼 홀로 꿋꿋이 가라
[2021년 11월 25일 발행 주간시민광장 창간호]<글 김종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