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사동은 고구려 때 사복홀(沙伏忽)이라는 지명으로 불리다가 조선 때부터 소사라는 지명으로 불렸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전해오는 이야기가 아직도 남아 있고, 지명과 옛터를 복원하면 보기 드문 역사적 보존 가치를 지닌 유서 깊은 마을이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도시 개발로 인해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이 마을에서는 문화재를 보존하자는 의견과 도시 개발로 생활 환경을 개선하자는 의견으로 나뉘어 주민들 간에 갈등을 겪고 있다. 이에 『문화재 지키기 시민연대』 윤시관 상임대표를 만나 문화재 산림훼손과 함께 주민이 요구하는 개발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문화재지키기시민연대는 어떤 곳인지.
소사동에는 지금 아파트 단지들이 들어서 5,400여 세대가 입주해 있어요. 그나마 개발 제한에 묶인 소사동 12통마저 개발하면 이곳에 남아 있던 옛 조상들의 발자취가 모두 사라집니다. 그래서 뜻있는 주민들이 모여 주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관광지 개발을 시청에 건의하고 있어요. 우리 단체는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앞으로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위한 역사와 문화 관련하여 여러 역할을 하자고 의견을 모으고 있어요.
▶문화재가 개발을 가로막는다는 주민 의견은.
어느 곳이든 갈등 없는 곳은 없지요. 각자의 욕심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바라는 건 평택시가 시민들보다 더 큰 욕심을 좀 가졌으면 하는 겁니다. 여기 주민들의 욕심이야 땅값 오르거나 수입 생기는 거지만, 주민들 생계를 보장하면서 개발하는 방법도 있잖아요. 관광지로 만들면 됩니다. 주민들에게는 상가 운영권이나 관리 예산을 지원하면 되지요. 토지 수용보다는 이 방안이 더 현실적이고 많은 시민이 공감할 대안이라 봅니다.
▶ 문화재를 활용한 관광지 개발의 구체적 방안은.
옛날 조선 시대 나라에서 운영하던 ‘소사원’이라는 옛 주막을 복원해야 합니다. 또 임금님이 머물던 ‘어막대’도 복원해서 관리하면 소사동의 현대식 아파트와 잘 어울리는 풍경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콘텐츠 측면에서 선조 임금 당시 정유재란 때 이 지역에서 벌어졌던 ‘소사벌’ 전투도 고증을 거쳐 후손에게 전승해야 합니다. 대동여지도에 소사교라고 표시된 가장 평택다운 고유의 ‘섶다리’도 설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역사 문화가 대동법 시행비라는 문화재와 함께 어울려 개발되면 우리 지역에 사는 청소년들에게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을 심어줄 거라고 봐요. 이런 게 평택다운 도시 개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관광지 구상은 좋은데, 신속한 행정지원은 어떤지.
쉽지 않습니다. 다행히 평택시가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놔서 정책적으로 소사동을 ‘역사문화마을’로 지정하면 좀 더 신속히 진행되리라 봅니다. 옛날 ‘소새 장터’도 복원하고 ‘대장간’과 ‘엿 공장’ 등도 다시 만들면 평택의 옛 모습을 여기서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청계천에는 그렇게 해둬서 관광객이 많이 찾던데, 우리도 그렇게 만들면 제가 살아서 옛 소사동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지금 소사동 인구는 충분하니 역사문화공원이라도 만들어서 평택시민뿐 아니라 전국의 관광객이 올 수 있는 자랑거리로 꾸며주시길 바랍니다.
평택시, 대동법 시행비 야산 무단 형질변경 건축주 경찰 고발
취재 과정에서 인터뷰한 평택시 건축허가과 담당자는 문화재 인근 토지주의 건축물 공사는 정상적인 건축 인·허가를 통해 이루어진 곳임을 확인했다. 다만 건축주가 허가 난 토지 외에 문화재 인근 야산까지 개발한 사실을 확인하여 2021년 5월에 불법 형질변경으로 평택경찰서에 고발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미 개발한 임야는 원상복구를 했지만, 벌목된 100년 수령의 참나무까지 원상 복구할 수 없어 비슷한 수종을 심었다고 한다. 하지만 가림막으로 인해 일반 시민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직접 확인할 길은 없었다.
평택 문화재 관리, 혁신적 사고 전환 필요
대동법 시행비를 지켜본 시민들은 평택시가 솔선수범하여 관내 지정 문화재 외에 비지정 향토 문화재 전반의 관리실태를 확인하고, 인력 부족이나 상시 관리가 어려운 문화재는 위탁관리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도시 개발이 많아질수록 향토 문화와 역사를 보존하려는 노력도 그만큼 시간과 예산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