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가며
첫째로, 늦더라도 천천히 정도(定道)의 길을 가야 한다.
우리는 일원론적 사고가 기독교적 사고의 뿌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부지부식 간에 신 플라톤적, 이원론적 사고와 구조로 모든 것을 해석하고 판단하고, 또 그렇게 설교하고 목회한다. 십자가의 길은 너무 느리고 드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 시대는 각종 정보와 좋은 콘텐츠들이 난무하는 시대다. 오디세우스가 마스터에 자신을 묶고 선원들의 귀를 막고 노를 젓게 만드는 카리스마적 목회로는 세상의 욕망을 이겨낼 수 없다. 신화의 세계는 변증도 없고 놀이도 없고 갈등만 양산하는 세계다.
억압은 긴박성을 조장 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반복되면 성도들은 내성을 갖게 된다. 지속적으로 저들이 눈과 귀를 막을 수도 없고 현실에 받을 딛지 못하도록 몰아붙일 수도 없다. 과대적이고 광적인 방법으로 시스템을 가속화하면 결국 부화가 걸려 목사들은 물론 성도들도 탈진하게 된다. 늦더라고 연약한 성도들의 자아가 세워지도록 저들을 보듬‘고 이 후 저들과 함께 십자가의 길을 갈 수 있는 정도(定道)를 택해야 한다. ‘제자도를 이용해 저들을 신화적 세계 안에 가두고 그루밍하는 일은 이제 멈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도들은 지속적으로 초자아와 욕망 사이의 공백을 가로지르며 여과 없이 욕망과 초자아를 왕복하며 세상 사람이 되어가거나 더 병리적이고 기형적 리더를 찾게 된다. 자유를 반납하고 신화적 세계에 갇히기를 원하는 성도들일수록 자신들을 주체로서 진지하게 대접해 주는 리더보다 목적 달성을 위해 자신들을 수단으로 사디즘적으로 취급하는 사람에게 복종한다. 목회자는 이들을 바른 길로 인도해야 한다. 기독교에서의 유일한 콘텐츠는 십자가의 도이다. 이것은 하루아침에 급조될 수도 있는 것도 아니고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문명의 혜택에서 오는 것도 아니다. 이것은 과정이고 인격이고 시간이 만드는 것이다.
둘째로, 통합적 사고를 갖추어야 한다.
무엇보다 로고스와 에토스(ethos)가 빠진 급진적 파토스는 궁극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본회퍼는 급진주의는 타협주의와 같은 불신앙이라고 역설한다. 목사가 해야 하는 일은 갈등관계에 있는 ‘자연’과 ‘은총’의 세계관을 변증하고 해석하고, 완전한 해결을 찾지 못해도 여기에 머물며 ‘기독교적 세계관’과 ‘세속적 세계관’이라는 두 영역의 표상을 넘어서기 위해 부단히 변증의 능력을 갖추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이 점에서는 정신분석에 대한 배타적 태도보다는 현대정신분석학의 건강한 모델에서 ‘통합적 사고’를 배울 필요가 있다. 목회자는 ‘자기배려’와 ‘자기목회’가 먼저 되어질 때 ‘통합적 사고’가 가능하고 여기에서 나오는 건강한 젖이라야 성도들에게 좋은 젖(통합적 사고)을 물릴 수 있다.
참고문헌
Dietrich Bonhoeffer, 손규태 외2 역, 『윤리학』,(서울:대한기독교서회, 2018)
Dietrich Bonhoeffer, 김순현 역, 『나를 따르라』,(서울:복있는 사람, 2021)
Fransis Fukuyama, 이상훈 역, 『역사의 종말 』, (서울: 한마음사, 1999)
F.W. Nietzsche, 장희창 역,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서울: 민음사,2015)
F.W. Nietzsche, 백승역 역, 『선악의 저편, 도덕의 계보, 니체전집14 』,(서울: 책세상, 2014)
F.W. Nietzsche, 김정현 역 『우상의 황혼, 니체전집 15』,(서울: 책세상, 2018)
Fritz Heinemann, 황문수 역, 『실존철학』,(서울: 문예출판, 2002)
Guy Debord, 유재홍 역, 『스펙타클의 사회 』, (서울: 울력, 2020)
Homeros, 천병희 역, 『오뒷세이아』, (서울: 숲, 2007)
H. Kohut, 이재훈 역,『자기의 회복』 (서울:심리치료연구소, 2006),
H. Kohut, 이재훈 역,『자기의 분석』 (서울:심리치료연구소, 2002),
Hanna Segal, 이재훈 역, 『멜라니 클라인』, (서울 한국심리치료연구소, 1999)
Jay R. Greenberg and Stephen R. Mitchell, 이재훈역,『정신분석학적 대상관계이론』(서울:한국심리치료연구소, 1999)
Jeremy Lifkin, 김명자 역, 『엔트로피 』, (서울: 동아출판사, 1994)
Jacques Ranciere, 양찰렬 역, 『해방된 관객』, (서울: 현실문화연구, 2020)
Jacques Ranciere, 양찰렬 역,『무지한 스승』, (서울: 궁리, 2019)
Jean Baudrillard, 하태완 역, 『시뮬라시옹 』,(서울: 민음사, 1995)
Karl R. Popper, 이명현 역, 『열린사회와 그 敵들Ⅰ』,(서울: 민음사, 2003)
Lesslie Newbigin, 김기현 역, 『포스트모던 시대의 진리』,(서울: IVP, 2005)
Marx Horkheimer and Theodor W. Adorno, 김유동 역, 『계몽의 변증법 』, (서울: 문학과 지성사, 2001)
Marx Horkheimer, 박구용 역, 『도구적 이성비판』, (서울:문예출판사, 2006)
Paul Tournier, 김석도 역, 『人間의 자리』,(서울: 눈출판그룹, 2017)
Robert C. Tucker, 김학준, 한명화 공역, 『칼 마르크스의 철학과 신화』, (서울: 한길사, 1982)
René Girard, 김진식, 박무호 공역,,『 폭력과 성스러움 』, (서울: 민음사, 2000)
S. Freud, 김명희 역, 『편집증 환자 쉬레버』, (서울: 열린책 프로이트 전집11, 2002)
S. Freud, 김석희 역,"환상의 미래,"『문명속의 불만 』,(서울:열린책, 1998)
S. Kierkegaard, 임춘갑 역, 『현대의 비판』, (서울: 다산글방, 2007)
Thomas Bullfinch, 박경미 역, 『그리스 로마신화 』,(서울: 혜원, 2014)
Watchman Nee, 『정상적인 그리스도인의 생활 』,(서울: 생명의 말씀사, 2021)
권지성 외13인, 『바이러스에 걸린교회 』,(서울: 삼인, 2021)
박종서, 『작은 울타리 큰 공간』, (서울:청어람, 2013)
박종서, 『목적 없음이 이끄는 삶』, (서울: 책과나무,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