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봉담 꿈고래어린이집, 폐원 위기에 직면!
"긴 코로나로 오랜만에 다시 성장발표회를 갖게 되었는데, 이 처음이 마지막이 되었다.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도 같은 마음이시겠는데 많이 속상하다."
어린이집과 유치원마다 연말을 맞아 발표회를 하는 계절이다. 어느 때보다 신나야 할 날, 인사말을 하는 박현주 원장의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꿈고래어린이집은 25일, 봉담도서관 대강당에서 '2023년 성장발표회'를 가졌다. 지난 2010년에 개원한 꿈고래어린이집은 '장애통합' 어린이집이다. 이곳에서 학부모들이 모여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도 만들었고 어린이집과 협동조합 모두 헌신적인 교육과 활동으로 전국적으로도 꽤 유명하다.
그러나 14년만에 어린이집은 문을 닫게 되었다. 원아 모집이 원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현주 원장은 "어렵게 어렵게 버티면서 운영해왔는데 내년에는 이마저도 어렵게 되었다. 아이들도 줄고 위치도 중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도 다들 비슷한 처지겠으나 '장애통합' 교육시설로서 무척 안타깝다"며 "'장애통합'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분반(분리)교육'을 진행하는 곳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장애이해교육보다 다양성 존중에 대한 교육을 위해 실질적인 통합교육에 힘써왔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역사회위원으로 운영위에 함께 했던 인연으로 홍성규 화성노동인권센터 소장이 유일한 내빈으로 참석했다. 홍 소장은 "어디서든 제게 화성시에서 누구를 가장 존경하느냐고 물으면 저는 고민할 필요도 없이 바로 박현주 원장님이라고 말한다. '차이는 인정하되 차별은 하지 않겠다'는 말은, 말로는 쉬워도 현실에서는 무척 어렵다. 그 어려운 길을 꿋꿋하고 즐겁게 걷고 있는 분"이라며 "전국적으로도 모범적인 꿈고래어린이집이 모집이 원활치 못해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교육이 중요하다'고만 선언하지 말고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고민과 지원, 대책마련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안타까운 마음은 마음대로 간직하며, 오랜만에 대면으로 발표회를 하는 봉담도서관 대강당은 환호성과 웃음, 열기로 가득했다. 가장 어린 '아침햇살반'부터 가장 고참인 '별빛바람반'의 다양한 공연이 펼쳐질 때마다 뜨거운 격려와 축하의 박수가 쏟아졌다.
박현주 원장은 "발표회 무대에는 거울이 없다. 무대에 오른 아이들은 가족들의 눈동자에서 자기 모습을 비춰본다. 함께 오신 가족들이 모두 아이들의 거울인 셈"이라며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고 눈동자에 사랑을 가득 담아 아이들을 바라봐달라. 작년과는 또 다르게 어느새 한 뼘 더 자란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들이 보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무대에 올라 마음껏 자신의 끼를 뽐내는 아이도, 연습할 때와는 달리 큰 무대에 서자 울음을 터뜨리거나 몸이 얼어붙었던 아이도, 친구들의 율동과 선생님의 지휘에 따라 열심히 애쓰던 아이도 이날 무대에서는 모두가 다 제각각 멋진 주인공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