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Ph.D.)-
* 주제어: 사람을 만드는 배움터 / 상식을 갖추는 배움터 / 지혜를 깨닫는 배움터
침체된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질서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한 국가의 미래를 가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잣대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의 모습일 테니까요. 그런데 요즘 우리 곁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을 보면 솔직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아무데나 휴지를 버리고 무심코 침을 뱉는 것은 물론 도무지 공공시설물을 아낄 줄 모릅니다. 뿐만 아니라 오가는 말이 거칠어 누가 있건 없건 낯 뜨거운 욕설이 난무하고 은어와 비어가 일상어가 된 지 오래입니다. 한창 활기차고 발랄해야 할 시기에 지레 천민문화에 물들어 갈수록 난폭해지는 원인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첫째, 평소 교칙을 준수하도록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이 있다면 서둘러 개정해야 하고, 그런 다음에는 철저히 지켜나가도록 지도해야 합니다. 미래 사회를 책임질 예비 성인을 교육하는 학교에서 교칙을 우습게 여기고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는 일이 빈번하다면 그 나라의 앞날은 뻔합니다. 이는 평소 하고 다니는 두발과 복장을 보면 쉬이 알 수 있는 사항입니다. 슬리퍼를 질질 끌고 등하교를 하는가하면 수업 중 사복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는 광경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제는 인권 운운하며 미온적으로 다룰 문제가 아닙니다. 부당하게 통제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만 규정을 엄수하는 버릇을 길러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정신을 뺏기는가 하면, 틈만 나면 Mp3를 귀에 꽂고 시간을 허송하는 학생이 어떻게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차량 통행이 잦은 도로의 빨간불을 보고도 멋대로 건너고 보도를 놔둔 채 차도를 활보하는 아이들이 그대로 성인이 되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교통질서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아이가 커서 하는 일이란 불을 보듯 빤합니다.
둘째, 몸에 배도록 예의범절을 애써 가르쳐야 합니다.
학교는 사람이 응당 지켜야할 도리를 몸에 배게 훈련할 수 있는 좋은 배움터입니다. 어른을 보고도 인사조차 할 줄 모르는 아이가 커서 무엇인들 제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한 사람의 첫인상은 바른 인사성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한국문화 자체가 낯선 사람을 보면 서로 외면하도록 습관화된 탓이라 하겠으나 학교에서부터 사제 간에 예절을 갖추는 덕목을 기른다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 오리라고 봅니다. 마음가짐만 올바로 가져도 주위에 격려하고 돕는 자가 생기는 법입니다. 인정이 메마른 시대에 웃는 낯으로 나를 낮춰 갖추는 예절이야말로 각박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확신합니다.
셋째, 아이가 잘못할 때는 어른의 꾸지람이 따라야 합니다.
어느 사회든지 제대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자식 같은 아이들의 잘못된 습관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서는 아니 됩니다. 문제 학생 뒤에는 반드시 문제 부모가 있다는 말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애초에 가정에서 비뚤어진 아이를 학교에서 바로잡기는 어렵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중론이니까요. 밥상머리 교육이 사라진 후유증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특히 주의할 점은 교육의 일관성입니다. 조부모의 태도나 부모의 태도가 일치해야 하고 엄마와 아빠의 가치관이 부합해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미운 아이 떡 하나 더 주고 예쁜 아이 매 한 대 더 댄다’는 속담처럼 사랑하는 자식을 어떻게 키우는가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달라집니다. 교양미 넘치고 경쟁력 있는 사회인을 길러내는 일에 대해 함께 심각하게 고민할 때입니다.
넷째, 우리네 놀이문화를 바꿔야 정신이 살아납니다.
이는 단적으로 책상 위에 놓인 컴퓨터 앞에만 앉으면 빠져드는 불건전한 게임문화의 악영향이 큽니다. 소위 야동으로 불리는 음란물은 물론 무자비한 폭력이나 살인 장면, 한탕주의를 흉내 낸 도박, 위험천만한 자동차 경주에 오토바이 질주 등이 그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지상파든 종편이든 간에 영화나 TV드라마의 영향력이 없을 수 없고, 식품영양학자들의 지적대로 인스턴트식품이 아이의 성격 형성에 좋을 리 없습니다. 나아가 해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청소년의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떨어뜨려야 합니다. 담배는 온갖 종류의 암을 유발하고 수천 종의 독성 또는 화학물질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게다가 술은 한창 기억력이 절실한 시기에 뇌세포를 파괴하고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판매하는 식품마다 환경호르몬이 범람하는 시대에 청소년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백해무익한 담배부터 추방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따라서 정규 교육시간을 통해 수시로 흡연의 심각한 폐해를 널리 알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세계 각 나라가 성인들의 흡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한참 뒤떨어진 대처를 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더 이상 지금처럼 청소년의 놀이가 건전하지 못한 쪽으로 흘러가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