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식(수필가•시조시인, Ph.D.)-
* 주제어: 사람을 만드는 배움터 / 상식을 갖추는 배움터 / 지혜를 깨닫는 배움터
뒤쳐진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도서관교육이 하나의 해답입니다.
요즘 아이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별 생각이 없이 하루하루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힘들고 바쁘기도 하겠지만 아예 사색 자체를 가로막고 있는 학교생활의 빡빡함이 그 까닭이라는 진단입니다. 도무지 책을 읽고 상념에 잠길 여유를 갖기 어려운 처지가 많이 안쓰럽긴 합니다. 애초에 과제가 없으니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닐 이유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대안은 없을까요? 필자는 교정 한쪽에서 잊혀져가는 학교도서관이 그 해답이라는 논지를 과감히 펼치고 싶습니다. 이제는 학교도서관이 책꽂이에 먼지가 쌓여가는 장소였던 기억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도서관이야말로 수많은 세월 동안 인류가 축적한 총체적 지식의 보고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도서관은 철지난 장식품처럼 묵혀두는 데가 아니라 능동적으로 손님을 유치하고 지적 자산을 안내하는 역할을 다해야 마땅합니다.
첫째, 학교도서관은 독서교육을 활성화하는 데 매진해야 합니다.
물론 지금도 일부에 독서일기장 제도가 있어 생기부에 올리고는 있지만 보다 실질적인 독서 장려책을 강력히 강구해야 합니다. 그저 의례적인 절차가 아닌 독서를 통해 심신이 변화되고 나아가 행동으로 열매를 맺게 하는 방안이 절실합니다. 선진국에서는 독서치료법이 매우 유용한 방법으로 통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도 이런 사례연구를 통해 현장에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년 학기초에 필독도서를 나열하는 걸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각 교과별로 꼭 필요한 도서를 선정하고 독서를 권장하여 점검하는 프로그램을 하루속히 정립해야 합니다. 바로 교사의 자발적인 힘을 빌리지 않으면 이루어내지 못할 부분입니다. 새삼 이 대목에서 떠오르는 말이 있습니다. 교사의 질이 교육의 질이라는 말입니다. 그러기에 선생님을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길이 교육을 성공으로 이끄는 초석임을 전 국민이 알아차렸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수업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각자에게 골똘히 생각하며 풀어내는 과제의 즐거움을 누리도록 해야 합니다. 이야말로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절차의 장이 될 것입니다.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에게 주입식 교육을 해서는 더 이상 진전은 없을 테니까요. 이 방안을 위한 전제가 있습니다. 누차 나온 말이지만 쓸데없는 잔무를 줄이고 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에 전념하도록 교사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교재를 연구할 틈도 없이 돌아가는 수업시수도 문제려니와 행정업무 처리에 많은 시간을 빼앗겨서는 누구든 생각할 겨를이 없지 않겠습니까? 역사상 위대한 업적은 늘 깊이 사고하는 풍토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건이 성숙되기만을 기다려 마냥 손을 놓고 있어서는 곤란합니다. 힘들더라도 할 수 있는 것부터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노력을 병행해야 합니다. 과제를 주고 제출한 답안을 꼼꼼히 살피면서 첨삭하는 교사들이 늘어날수록 우리 사회는 변화하리라 믿습니다. 가끔은, 아니 정기적으로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협력수업을 기획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셋째, 당국의 정책적 지원과 교장들의 열린 마인드가 중요합니다.
지도자 한 사람의 생각은 한 조직의 방향과 체계를 결정하고 바꿉니다. 최고 책임자가 어떤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그 조직원의 근무 자세가 확 달라진다는 말입니다. 학교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배려하는 태도야말로 학교업무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우선 학교도서관을 전담할 사서(교사)의 배치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수업을 병행하는 교사만 가지고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으니까요. 신간도서를 들여오고 정리하여 이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은 녹록치 않은 전문적 영역입니다. 이왕지사 컴퓨터 사용에 정통한 직원을 채용한다면 업무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백날 예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소리는 이제 진부합니다. 결단을 내리고 정해진 예산의 범위 내에서 차츰 실행한다면 확연히 나아지리라 봅니다. 학교를 운영하는 교장의 생각이 도서관을 중요 부서로 살릴 묘안인 것입니다. 차제에 도서문화부장의 직책을 신설하기를 제안합니다.
넷째, 책 읽는 풍토는 어려서부터 길러줘야 합니다.
무엇보다 부모의 삶이 곧 아이의 인생을 절반쯤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도서관을 찾는 청소년에게 희망을 주는 학교가 대안입니다. 집에서 훈련이 덜 된 아이들을 받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독서하는 아이가 비뚤어지는 사례가 드물고, 문해력에 강한 아이가 학업에 뒤떨어지는 실례가 없습니다. 독서에 얼마만큼 동력을 갖고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지긋이 앉아 책을 읽는 아이는 이미 인내가 몸에 배어있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무슨 일이든 맘만 먹으면 처리해 낼 수 있는 문제 해결력은 분명히 독서력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다양한 분야에 배경지식이 있으면 어떤 교과든 학습할 내용에 흥미를 갖기 마련입니다. 가정에서 미처 가르치지 못한 교육은 학교도서관에서 익히게 하고, 학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은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에서 떠맡는다면 못 해낼 일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서로 돕고 연계된 시스템을 풀가동하는 우리 사회,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