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종로에 245억원 들여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추진
- 2025년 국가보훈부 예산에 설계비로 4억 3천 900만원 편성
- 김현정 의원, “독립운동의 역사마저 갈라치기하고, 역사를 입맛대로 재단하려는 시도”
국가보훈부가 독립운동에 반공이념을 덧씌운 윤석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를 계기로 서울 종로구 일대에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건립을 구체화하고 나서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국회의원 (평택시병,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국가보훈부는 지난 3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를 계기로 245억원을 투입해서 기존 독립운동기념관과 차별화한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 건립 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가보훈부는 기존 천안에 소재한 독립운동기념관은 독립운동가 인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면,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은 삼일운동, 계몽운동, 학생운동 등으로 독립운동의 유형과 스토리를 계열별로 정리하고자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 따르면 ‘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은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 전체면적 5,000㎡ 규모로 다목적교육장과 전시실, 회의실을 갖춘 기념관으로 건립되며, 2025년 국가보훈부 예산에 기본조사설계비 3억9,900만원와 시설부대비 4,000만원 등 4억3,900만원을 편성했다.
국가보훈부는 김현정 의원실에 기념관 부지로 독립운동의 역사성이 있는 종로를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보훈부 관계자는“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은 윤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 이후 추진된 것으로 사전에 타당성 평가를 거치지는 않았다”라며“천안 독립기념관과 별도로 운영할 것인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앞으로 부지나 명칭 등은 다시 논의될 수 있다”라고 김현정 의원실에 설명했다.
역사학계에 따르면 독립운동을 부문별로 구분 짓고 체계적으로 감시한 것은 일제였다. 실제로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삼일운동 이후 독립운동을 민족주의운동, 사회주의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청년운동, 소년운동, 형평운동으로 세분화하고 1920년대 단체들을 구분 지어 관리했다. 결과적으로 독립운동을 과거 조선총독부가 분류한 국내 민족독립운동으로 한정하면 상해 임시정부를 비롯한 만주, 간도에서 벌인 항일무장독립운동은 배제되는 결과를 낳는다.
김현정 의원은 이 사업과 관련하여“국내민족독립운동기념관이 삼일운동의 정신을‘자유주의’라고 주장하며, 독립운동에 반공 이념을 덧씌운 윤석열 대통령의 친일 역사관을 여과 없이 반영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삼일절 기념사에서 무장독립운동 외에도 외교 독립운동, 교육문화 독립운동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낸 바 있다. 그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는 반국가세력이 여전하다”라고 밝힌 데 이어, 그달 28일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서“국가에 제일 중요한 것은 나라를 제대로 끌고 갈 이념”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논란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현정 국회의원은“윤석열 대통령이 설익은 자유주의 이데올로기로 정파와 이념, 신분과 상관없이 조국독립을 위해 하나가 되었던 독립운동의 역사마저 갈라치기하고, 정쟁화하려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라면서 “일제와 부역자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역사를 입맛대로 재단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행태를 저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