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교수진 GMO특이반응 규명 요청 내용, 식약처 용역 보고서에서 사라져
성균관대 2009년후 13년간 연구, GMO 신종 단백질 8종에서 이상현상 밝혀
유전자변형식품(GMO)의 알레르기 유발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내용이 정부 연구용역 보고서에서 뒤늦게 삭제돼 논란을 빚고 있다.
국내 의과대학 연구진이 GMO 신종 단백질에 따른 알레르기 특이 반응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는 연구용역 보고서를 정부 당국에 거듭 제출하고, 국회도 진상 파악을 촉구했지만 오히려 원인 규명에 관한 내용이 삭제된 보고서가 재배포되고 후속 연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3일 김현정 국회의원(정무위원회, 평택시병)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0억9,000만원을 들여 2009년부터 2021년까지 7차례에 걸쳐 성균관대학교에 위탁해 신규 GMO의 알레르기성 평가 연구용역을 진행한 결과, 5건의 연구용역에서 GMO 콩·옥수수·면화 신종 단백질 8종이 알레르기 특이반응(lgE)을 불러 일으켰다.
■ 식약처 발주 성균관대 수행 GMO알레르기성 평가 연구 용역 결과
연구기간
| 특이반응(lgE)
| 특이반응에 대한 입장
| 용역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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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01~’11.06.30
| GM옥수수 삽입 단백질 PMI, Cry1F 특이 반응
| 펩신 분해, 원인규명 필요
| 3.2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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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15~’11.11.30
| GM옥수수 삽입 단백질 ZM-HRA 특이 반응
| 펩신 분해
| 0.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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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5~’12.11.30
| GM옥수수·면화 삽입 단백질 특이반응 없음
| 특이반응 없음
| 1.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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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2.01~’13.11.30
| GM면화·옥수수 삽입 단백질 특이반응 없음
| 특이반응 없음
| 0.8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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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07~’16.11.30
| GM콩 삽입 단백질 avhppd-03 특이반응
| 펩신 분해, 원인규명 필요
| 3.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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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2.01~’17.11.30
| GM옥수수·면화 단백질 Bla, Aph4 특이반응
| 펩신 분해
| 1.1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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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2.01~’21.11.30
| GM콩·면화 단백질 mCry51Aa2, Cry14Ab-1 특이반응
| 펩신 분해
| 1.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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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사이언스온(ScienceON) 홈페이지(scienceon.kisti.re.kr)
그동안 GMO 안전성 연구가 동물을 이용해서 미흡하게 이뤄졌고 인체에 대한 연구도 통계학적 조사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의대 교수들이 직접 환자들을 상대로 GMO단백질의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는 큰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GMO의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와중에 국내에선 정부의 연구용역으로 의대 교수진이 환자들을 상대로 GMO신종 단백질의 알레르기에 대한 실험을 오랜 기간 진행해 온 것이다.
이를 통해 2011년과 2016년 일부 GMO신종 단백질에서 나타난 특이반응에 대한 원인 규명이 필요하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제출됐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간 진행된 GMO의 알레르기성 평가 연구용역 보고서는 GMO옥수수 삽입 단백질중에서 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으며, 원인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14년 2월 7일부터 2016년 11월 30일까지 이뤄진 연구용역결과 보고서 또한 GMO신종 단백질중에서 일부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켰으며, 원인규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공교롭게도 2017년 10월20일 GMO신종 단백질의 알레르기 반응에 대해 원인규명을 요청하는 국정감사의 지적사항이 보도된지 한달쯤 지나서 수정된 보고서 파일에선‘추후 규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삭제됐다.
■ GMO알레르기성 평가 연구용역 보고서의 원인규명 내용 삭제 전후 비교
과 제 명
| 유전자재조합식품의 알레르기성 평가 연구-신규 GMO의 알레르기성 검증
| 주관연구기관
| 성균관대 산학협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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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기간
| 2014. 2. 7~2016. 11. 30
| 주관연구책임자
| 식품의약품안전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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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2월27일 오후 5시37분 생성, 10월17일 오전 1시55분 수정 파일
유전자재조합콩 단백질 avhppd-03에 대하여 특이 IgE가 발견되었다. 이는 pepsin 처리에 쉽게 분해되어 식품알레르기를 일으키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되나, 특이 IgE에 대해서는 추후 규명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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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0월17일 오후 7시59분 생성, 11월20일 오전 9시49분 수정 파일
유전자변형 콩 단백질 avhppd-03에 대하여 특이 IgE가 발견되었다. 이는 pepsin 처리에 쉽게 분해되어 식품알레르기를 일으키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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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 사이언스온(ScienceON) 홈페이지(scienceon.kisti.re.kr)
이후에도 GMO콩의 신종 단백질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일이 지속적으로 관찰됐다. 그러나 원인규명이 필요하다는 내용은 연구용역 보고서에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다.
국내의 한 전문가는 이에 대해 “일반적으로 해당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았으면 추후 규명해야 한다는 멘트를 보고서에 넣곤 한다”면서도“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환자 혈청에 GMO단백질을 반응시켜보니 반응은 하는데, 왜 반응하는지는 모르는 상태라 원인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계 관계자는“규명 주체와 비용 등이 걸림돌이 될 수는 있으나,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도 실제로 왜 특이반응이 일어나는지 등 원인 규명이 이뤄지는 것은 긍정적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내의 한 약대 교수는 GMO신종 단백질이 알레르기 특이반응을 일으키는 기전을 밝혀내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정부 당국의 의지만 있다면 원인 규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김현정 국회의원은“국회에서 국정감사를 통해 지적한 내용을 받아들이기는 커녕 국감이후 정부 용역 보고서를 조작해 국민 건강을 위해 마땅히 개선해야 할 사항을 오랫동안 덮어버린 일은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국내 식품안전 콘트롤타워인 국무조정실 식품정책안전위원회는 앞선 연구에서 두 차례에 걸쳐 요청한 GMO 신종 단백질의 알레르기 반응 유발의 원인을 규명하고, GMO개발의 안전성을 드높이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식약처 관계자는“다른 나라에서 이미 승인된 GMO에 대한 알레르기 특이반응의 원인 규명이 굳이 필요한지 모르겠다”며“지속적으로 국외 규제기관 승인 사례를 모니터링했다. 식품으로 섭취할 때, 알레르기 발생 우려가 없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원인 규명의 필요성을 명시한 보고서 내용이 중간에 삭제된 경위를 놓고, 10월 12일이래 답변자료 제출을 거듭해서 요청한 김현정 의원실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한편 보고서 내용의 삭제 이유에 관한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성균관대측은‘식약처에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고 답변했고, 식약처측은‘보고체계 때문에 답을 언제 줄지 확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